이제 소비자는 색을 화면이나 광고로 고르지 않는다. 매장에서 직접 진단받고, 발라보고, 비교한 뒤 ‘내 피부에 맞는 한 색’을 골라낸다. 체험형 소비가 확산되면서, 자신의 피부와 취향에 최적화된 색을 찾으려는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 흐름의 핵심은 ‘경험’이다. 같은 레드라도 화면 속 색과 실제 발색은 다르고, 같은 계절 톤이라도 어울리는 명도·채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소비자들은 이 미세한 차이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내 색’을 확신한다. 퍼스널 컬러가 분류표 위의 개념에서 매장에서 검증하는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감성 서사보다 ‘검증된 나만의 색’
소비 기준의 이동은 데이터로도 뒷받침된다. 2025년 맥킨지 보고서는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감성 스토리나 유명인의 후기보다, 검증된 효과와 개인 맞춤 경험을 더 중시한다고 분석했다. 색의 관점에서 보면 ‘누구에게나 무난한 색’이 아니라 ‘내 피부톤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색’을 찾으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 구매를 좌우하던 연예인·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점차 줄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의 피부 상태와 언더톤,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색을 직접 찾아 나서는 경향이 뚜렷하다. 핵심은 정확도다. 피부톤을 정밀하게 읽어낼수록 추천 색의 설득력도 높아진다.

실험실이 된 매장, 눈앞에서 조합되는 ‘내 색’
체험형 소비를 공간으로 구현한 대표 사례가 서울 용산구 아모레용산점이다. 입구를 가득 채운 수백 가지 립 컬러가 가장 먼저 시선을 붙든다. 디지털 진단 장비와 맞춤 제조 설비가 한자리에 놓여, 매장보다 색채 연구소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유리창 너머에서는 AI 제조 장비가 고객의 피부톤과 선호에 맞춰 색을 조합한다. 작은 용기 속으로 여러 색이 차례로 주입되며 하나의 색으로 완성되는 과정이 그대로 노출돼, 방문객은 ‘내 색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지켜볼 수 있다. 색이 진단 결과에 머물지 않고 눈앞의 경험으로 전환되는 지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리뉴얼로 맞춤 서비스를 강화했다. 헤라(HERA)는 파운데이션·쿠션의 쉐이드를 3호부터 50호까지 넓혀, 베이스 단계부터 개인의 피부톤 스펙트럼을 촘촘히 담았다. 핵심 서비스 ‘아모레 비스포크’는 립·파운데이션을 넘어 헤어케어까지 확장됐다. ‘미쟝센 퍼펙트 세럼 비스포크’는 모발 상태와 향 선호를 반영해 45가지 조합으로 제작된다. 새로 선보인 ‘시티랩(CITY LAB)’은 피부와 두피를 정밀 진단해 개인 솔루션을 제시하며, 수십 년간 쌓인 피부 연구 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화면 속 색’의 한계라는 과제
다만 체험형 진단이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카메라와 조명 환경에 따라 같은 피부도 다른 톤으로 잡히고, 화면이 표현하는 색과 실제 제품 발색 사이에는 늘 간극이 존재한다. 직접 발라보는 경험이 각광받는 것도 이 간극 때문이다. 진단 정확도가 곧 신뢰로 직결되는 만큼, 측색 데이터의 정밀도와 환경 보정 기술이 향후 경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AI 기반 뷰티 서비스와 피부 데이터 기술을 확대하며 정부의 뷰티 AI 협력 사업에 참여 중이고, 에이피알은 ‘메디큐브’와 디바이스 브랜드 ‘AGE-R’로 피부 분석·홈케어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AI 피부 분석과 맞춤 제조 기술을 개발하며 CES 등 글로벌 전시회에서 솔루션을 선보였다.
전망: 더 정교해질 ‘개인의 색’
업계는 체험형 소비가 확산될수록 자신의 피부와 취향에 최적화된 색을 찾으려는 수요가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본다. AI와 측색 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의 색’을 짚어내는 정확도도 올라가고 있다. 계절이라는 큰 틀을 넘어, 매장에서 직접 검증하고 조합하는 단계로. 퍼스널 컬러 시장은 그렇게 ‘체험’을 동력 삼아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있다.


